생각해 보면, 외국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가지 불편한 점,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한국이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가지 편리한 점들이 몇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와 관련된 '편리한' 환경을 빼 놓을 수 없다.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의 발단은 지난 주말에 벌어졌다. 열심히 달리고 있던 내 차 앞쪽으로 갑자기 차들이 브레이크등을 켜기 시작했다. 그 차선 앞쪽에 포크레인이 고가도로 오르막길을 자신만의 속도로 오르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 뒤로 줄을 서게 된 차들이 줄줄이 브레이크를 밟게 된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속도를 줄이고 왼쪽으로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옆차선의 움직임을 엿보고 있었다.


그렇게 오르막길에서 차선을 변경하고 뒤에서 탄력을 받아 올라오는 차들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엑셀을 심하게 밟았는데, 다시 속도를 받기에는 다소 역부족으로 한참을 움직인 후에야 앞서가던 포크레인을 앞질러 다시 그 앞으로 차선을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리막길.

갑자기 핸들이 흔들리더니 차가 덜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액셀을 밟아 오르막길을 오를때에는 단지 힘이 좀 부족하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차 자체에 좀 문제가 생긴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갑자기 엄습해 오는 염려와 걱정. 일단 목적지까지는 무사히 갈 수 있을지도 염려되고, 이걸 또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지, 고쳐질수는 있는것인지 등등..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의 꼬리를 물고 점점 커져만 갔다. 어쨌든 무사히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 도착!


그렇게 한주간이 지났다. 당장 꼭 차를 이용해야 할 상황은 없었기에 지하 주차장에서 쉬고 있는 차가 생각이 날때마다 비슷한 증상과 해결책을 찾아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내놓라하는 지식iN 들의 글들도 찾아보는 일이 반복되었다. 어디든 수리를 할 수 있는 곳에 가야만 해결이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나에게 자동차 수리가 이렇게 '엄두를 내지 못할 일' 이 된 것은 짧이 않았던 외국생활 때문이다. 내가 생활했던 필리핀 마닐라는 워낙 부족한 인프라로 왠만한 일쯤은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이었다. 바나웨 Banawe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직접 구입해 손을 봐야 할 형편이었다. 이제 펑크난 타이어를 교체하는 일쯤은 5분이면 족할만큼 '실력' 을 갖추게 된 것도 바로 '환경' 에 적응해 살아가야 했던 그 경험들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그 때 내가 타던 마즈다 Mazda 도 지금처럼 덜덜 거렸던, 비슷한 증상을 보였었는데 여러 정비소들을 돌아다녀봐도 수리는 커녕 그 원인조차도 찾아내지 못했었다. 어쩔수 없이 조금 더 타고 다니다가 결국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일까지 새록새록 떠 오르는걸 보면 내게는 적잖은 스트레스가 되는 문제인것만은 확실하다.


결국 오늘 오후! 드디어 결심을 하고 차에 키를 다시 꼽아봤다. 역시 계속 덜덜거리고 있다. 더이상 미룰수 없는, 미루기만 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닌, 이 녀석을 고쳐야 한다!


너무 작은 동네 카센터는 왠지 안될 것 같고, 좀 떨어진, 제법 규모가 있는 정비소를 찾았다.

입구에서 차 증상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내 순서가 되기를 기다렸다.


대표이미지

 

본네트를 열기도 전에 덜덜거리는 차 소리를 들어보던 정비사 아저씨가 내 설명 따위는 필요없다는 표정으로 바로 엔진을 덥고 있는 커버를 열어보면서 입을 연다.


"점화플러그를 교체해야 하는데, 부품비는 27,000원 입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좀 해주셨는데, 정리해 보면 점화플러그 4개중 마지막 네번째 플러그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시간 3분. 엔진점화플러그 교체가 너무 빨리 끝나서 그랬는지, 엔진룸 구석구석의 먼지까지 에어컴퓨레셔로 청소까지 해 주신다. 정비시간이 길어지면 대기실에서 읽으려고 들고갔던 책도, 핸드폰 충전기도 꺼내볼 틈도 없이 수리 끝!


소리만 듣고도 바로 증상을 찾아낼 수 있다는게 놀랍다. 그러기까지 지내왔을 그 정비사의 경험과 노력들도 그것 이상으로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괜스레 엄두도 내지 못했을만큼 고민만 하고 있던 내가 이런 전문가를 만나니 한번에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뭐, 무슨 대선 캠페인에서 본것 같은데, 정말 노동이 당당한 나라가 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더 생산적이고 그렇게 더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각각의 전문가들이 인정받는, 그들이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가치있게 평가되는지, 그 척도가 우리 사회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게 된걸 보니, 한주간동안 여간 신경쓰였던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감사하게도, 차는 잘 고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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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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