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된 얘기다.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근처 한 분식집에서 먹히지 않는 점심을 억지로 챙겨먹었다. 그리고는 버스정류장을 찾기 위해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교육사령부행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물었다. 목적지 후문쪽에 나를 내려준 버스는 그 길을 다시 돌아 자기 갈길을 떠나고 비슷한 처지의 젊은이들 사이에 우둑커니 서서 통보받은 오후 2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20대 젊은 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게 내 마음속에 남았다.

 

 

오랫만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고속도로가 좋아져 예전보다 한결 가까워졌다고들 하던데, 역시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이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까지 내려 오랫만에 찾아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진다.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에도, 고된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는 날도, 그렇게 내게 부여된 모든 복무기간을 마치고 재대하는 날에도, 나는 20년 후에도 이런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 이런 얘기를 들었다. 군대에 다녀와야 남자다워지고, 책임감도 생기게 된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들 뿐만 아니라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듯이 군에서의 경험은 일반 사회생활에서라면 겪어보지 못할 여러가지 상황을 접하게 된다. 하나의 팀원으로써, 그리고 그 팀을 이끄는 작은 리더로써의 역할을 배울 수 있는 점도 군생활에서 얻어지는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걸 배우기 위해, 국가가 우리에게 그런걸 가르쳐줄 목적으로 징병을 하는 것은 아니잖는가! '남자다움' 과 '책임감' 이 우리의 삶에서 무척 중요한 문제일지라도 군의 존재 이유가 그걸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애기다.

심지어 꼭 그런 '개인의 성찰' 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꼭 군대가 아니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아직은 분단 국가인 우리의 현실상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의견도 쉽게 반박할 수 없는 얘기임은 분명하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현실의 문제다.

그런데 언제까지 군인의 수, 병력의 숫자로 국방력을 가늠하고 있을건가. 알파고의 시대, 무인항공기와 자율주행차, 나도 모르는 내 생각을 기계가 먼저 알아채 버리는 이런 시대에도 그 '숫자' 가 계속 유효한 문제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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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시간을 헤어져 지내야 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나도록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해 이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의 젊은 친구들에게 특히 더 미안한 점이다.

 

부디 새롭게 시작하는 군에서의 생활이 건강하고 보람된 시간으로 채워져갈 수 있기를, 이후의 삶에 큰 보탬이 되는 경험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후배님들, 모두 화이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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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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